[형사] 교통사고 사망사건 무죄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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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나무 작성일22-05-19본문
■ 사건요약
의뢰인이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무단횡단 하던 70대 피해자 할머니를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나
운전자가 주의의무를 다하여 적절한 시점에 피해자를 발견하였더라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운전자는 무죄라고 판결한 사례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의뢰인(이하 ‘운전자’)이 2018. 4. 오후 2:45분경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한적한 지방도로를 운행하던 중 마침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무단횡단 하던 70대 피해자 할머니를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입니다.
2. 검사의 주장
변호인은 운전자에게는 운전상 위법 또는 부주의가 없어 무죄라는 취지로 주장을 하였고, 검찰은 운전자가 제한속도 80km인 도로에서 평균시속 80.9km로 운전한 점, 전방주시 의무를 해태하여 피해자를 적절한 시점에 발견하지 못한 점, 피해자를 발견하고도 부주의로 인하여 즉시 제동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 등을 운전자의 위법 또는 과실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3. 뿌리깊은나무의 변론
가. 제한속도를 위반하였다는 주장에 관하여
검사는, 운전자의 블랙박스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운전자가 제한속도 80km인 도로에서 평균시속 80.9km로 운전하여 도로교통법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변호인은 검찰이 블랙박스 전체 동영상 중 사고시각으로부터 3초 전까지의 동영상만을 가지고 평균시속을 구하였는데 만약 조금 더 긴 시간(예를 들면 사고시각으로부터 5초 또는 10초)을 기준으로 평균시속을 구하였다면 80km 이하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점, 사고시각으로부터 반드시 3초 전까지의 평균시속을 기준으로 과속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검사의 입증이 없다는 점 등을 주장하였습니다. 또, 이 사건은 불가항력으로서 운전자의 과속과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도 주장하였습니다.
나. 전방주시의무위반으로 피해자를 적시에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주장에 관하여
검찰은 운전자가 전방주시의무를 해태하여 피해자를 적시에 발견하지 못하고 너무 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변호인은 이 사건 도로는 사고지점 부근에서 좌측으로 급하게 굽은 도로라는 점, 피해자가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동하였던 점, 도로중앙에 90cm의 높은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는 점, 피해자가 150cm 정도로 키가 작은 점, 이 사건 승용차 운전석 좌측에는 A필러가 있어 시야가 가려져 있는 점 등을 부각시키며 운전자가 전방주시의무를 해태하여 피해자를 늦게 발견한 것이 아니고, 도로의 특성상 및 여러 여건상 피해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주장하였습니다.
특히 블랙박스는 통상 차량의 중앙 상단에 설치되어 있어 시야가 높고 넓지만, 승용차의 운전자의 시점은 그보다 낮고 좁기 때문에 블랙박스영상에 비하여 피해자를 발견하기 더 어렵다는 점을 주장하였고, 재판부를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하여 직접 사고차량을 운전하여 운전자 높이에서 동영상을 촬영하여 법정에서 블랙박스 영상과 비교하여 상영하였습니다.
다. 불가항력이라는 점에 관하여
이 사건의 하이라이트는 변호인이 제기한 불가항력 주장 및 검사의 입증책임에 대한 논고였습니다.
검사의 의뢰를 받은 도로교통공단은 이 사건에 관한 교통사고 분석서를 제출하였는데, 분석서에 따르면 이 사건 사고는 사고지점으로부터 44.3m ~ 65.4m 전 지점에서 운전자가 피해자를 발견하고 즉시 제동을 하였어야 피할 수 있는 사고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공소사실의 입증책임이 있는 검사로서는 과실이 없는 운전자라면 이 사건 사고지점으로부터 65.4m 지점 이전에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까지 입증할 책임이 있는데, 검사는 그러한 점을 간과하였습니다.
변호인은 그와 같은 점을 파고들어 검사의 입증부족을 지적하고, 이 사건은 도로의 여건상 과실 없는 운전자라도 사고지점으로부터 65.4m 이전에 피해자를 발견할 수 없었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불가항력이라는 점을 주장하였습니다. 그와 같은 점을 주장하고 효과적으로 법원을 설득하기 위하여 변론기일을 따로 열어 법정에서 동영상 상영 및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4. 사건결과
법원은 변호인이 주장한 불가항력, 인과관계 없음, 검사의 입증부족 주장을 모두 인정하여 주었습니다. 법원은, 운전자가 주의의무를 다하였더라도 사고 지점으로부터 44.3m ~ 65.4m 전 지점에서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지키고, 전방 주시의무를 다하여 진행하였더라면 충돌을 피하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의뢰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5. 마치면서
피해자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어 운전자가 채 피할 겨를도 없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경우에도 운전자의 주의의무위반을 주장하면서 기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운전자로서는 사고가 불가항력이었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반대로 입증책임이 있는 검사에게 사고가 불가항력이 아니었음을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입증할 것을 촉구하여야 합니다.